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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7일
"엄마, 나 프랑스어 공부 해보려구>ㅁ<!" (<<언제나 그렇듯이 뭔가를 새로 배워보겠다고 할 때는 의욕과 기대가 넘친다.) "영어랑 일본어나 제대로 해, 이것아." 2009년 11월 20일
1. nothing lasts forever 시드니 셀던만큼 쉬운 단어와 단순하고 명쾌한 문장만으로도 그렇게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글을 쓸 때 가장 좋은 문장은 수식이 더덕더덕 붙은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간결한 문장이라 하는데, 그 예시로 정말 딱 알맞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바로 이 시드니 셀던. 비록 책들의 내용이 전부 비슷비슷해 몇 권 읽다 보면 질리게 되지만 책을 접한 초반에는 정말 무섭게 빠져들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 이 인상 좋은 할아버지인 듯 싶다. 어려서부터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왔던 이 책을 이제서야 원서로 접했다. 며칠동안 학교 등하굣길을 정말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책. 2, the chronicle of narnia 1) 마법사의 조카 : 연대기의 가장 처음에 벌어진 일로, 디고리와 폴리의 모험, 그리고 나니아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 말 그대로 딱 어린이들의 위한 성경적인 '동화' 2) 사자, 옷장, 그리고 마녀 : 2005년도에 개봉한 영화를 2009년도 끝무렵에서야 봤다. 에드먼드 잘생겼쿠나(...) 영화를 봤던 친구들이 한결같이 아동용 반지의 제왕이라 했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자세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반지의 제왕이다. 책은 전쟁신이 좀 간결하게 휘리릭 지나갔다는 것을 제외하면 영화와 동일. 터키쉬 딜라이트 정말 달다고 하던데 맛 없을 것 같...-_-;; 3) 말과 소년 : 앞서의 두권과 난이도가 상당히 차이가 나던 책. 영어실력이 짧아 모르는 단어가 많던데 새벽마다 발버둥을 치며 읽었다. 누가 대체 나니아가 해리포터보다 쉽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_-; 이 책 한 권만 놓고 보면 난 해리포터가 더 쉽던데; 4) 캐스피언 왕자 : 현재 읽고 있는 책. 앞 권보다 또 난이도가 휙 떨어져서 당황; 출간순으로는 이게 두번째였던가, 하던데 아마 출간을 거듭하면서 점점 책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려나. 캐스피언 왕자의 왕좌 탈환기(-_-)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아직 그다지 진도를 안 나갔기에 그저 궁금할 뿐. 페번시 남매가 단체 출연하는 2권 4권이 확실히 가장 낫다. 1권이야 멋모르고 읽었지만 3권을 읽을 땐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는 커녕 독서하는 중간중간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바람에 지금 기억엔 책의 내용마저 반절은 날아가고 없다. *** 뉴문의 개봉을 앞두고 친구들이 전부 난리가 났다. 아무래도 개봉 날짜에 맞춰 보러갈 듯한 분위기던데 뉴문 중간에 에드워드 안 나온다는 이유로 책의 절반은 그냥 넘겨버리고 읽었던 나로선 그저, 뭐랄까...ㅠ_ㅠ 이거 책을 다시 봐야 하나; *** 최유기를 열심히 모으고 있었는데 왜 뒷권이 안 나오나 했다. 얼핏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언젠가 잘 풀려서 다시 나오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게 어언. ...어언,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오늘 찾아봤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리로드 완결났다니, 몰랐잖아! 게다가 엔고는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책가격이 무려 두 배; 일단 the time traveler's wife와 외전을 주르륵 질러버리고 친구들에게는 생일 선물로 리로드를 요청했는데 아직 모르겠다. 어찌된 게 만화책이 소설보다 비싸;ㅁ;!? (미네쿠라 카즈야 상의 만화는 늘 그 가격 이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과 채운국 이야기 남아있던 권수도 한두 달 전쯤 눈 딱감고 질러버린 기억이 나는데 정말이지 올해는 줄곧 원서만 질렀다. 읽을 재주는 개뿔도 없으면서-ㅅ-; 그렇지만 새벽까지 사전을 끼고 사는 일이 있더라도 최유기는 애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읽어낼 수 있을 거야! 그렇...겠지!; 2009년 08월 26일
그래도 내가 그 바닥같은 점수를 받아가며 일본어 수업을 듣길 잘 했구나 싶었던 한 가지. 취업 걱정때문에 징징거렸는데 어느 분께서 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하는 한자 자격증을 따라고 조언해 주셨었다. 사실 한자는 일어 공부할 때도 가장 짜증났던, 그래서 징징거렸던 문제라-_-; 좀 걱정스러웠기에 이건 너무 크게 욕심을 내지 말고 3급부터 시작해 보자 싶어 인터넷에서 유명한 어느 사이트의 교재를 받아보았다. (한자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실 것 같은 재봉이의 상공회의소 한자교재 http://day55.com/hanja ) 1급, 2급 교재는 아직 안 되어있고 3급 기출 교재만 되어있는데 우왕, 훑어보다 보니까 한자가 눈에 익어! ......(비록 일본 한자와는 생김이 좀 달라도) 내가 그래도 그동안 알지도 못하는 거 계속 써가며 울었던 보람이 있었구나...ㅠ_ㅠ 2009년 08월 20일
Life is like a blueberry pie. Sometimes it's sour but most of the time it's sweet. 2009년 06월 23일
하이스쿨뮤지컬의 완결편을 보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애들이나 보는 거야,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비교적 영어도 알기 쉽고 내 수준인 걸 어떡해;ㅁ; -원래 영어공부때문에 1,2편을 봤으니까;;- 하이스쿨뮤지컬에는 지금 샤이니가 부르는 줄리엣의 원곡, deal with it의 코빈 블루도 출연한다. 1편과 2편에서는 듣다 보면 확 끌어당기는 노래가 있었는데 3편의 노래는 전체적으로 그냥 무난하고 심심한 듯. 그러나 여전히 화려하고, 좀 더 가지각색의 고민이 등장한다. 부럽다. 우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런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쫓겨 후다닥 원서를 내고 후다닥 대학에 입학했어야 하는데 말이지. 우리나라에는 없는 졸업파티 prom (트와일라잇에도 등장할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ㅠㅜ) 이라던가, 그냥 저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학교 생활을 하는구나...하는 생각 정도로 보면 즐겁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미국 10대들의 문화 습득용 이상이 되기 힘들 듯? 사랑 이야기야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고. 이 애들 사이에서는 다소 트러블이 일어나도, 어린 아이들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라 그런지 얼마 안 가 화해하게 된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활기차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게 여길 수 있는 영화. 잭 에프론과 바네사 허진스를 보며 저 아이들은 가면 갈수록 예뻐지는구나 싶은 영화;; 로켓맨으로 등장한 배우가 잘생겨서 조금 궁금하고 -로켓맨! 하고 불렀을 때 어쩐지 조금 멋지게 등장해서 두근두근했는데 이럴수가. 이런 깨오도방정이라니ㅜㅜ-, 어떻게 애슐리 티즈데일(샤페이)하고 똑 닮은 배우를 비서로 캐스팅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고. 1편부터 줄곧 봐왔던 하이스쿨뮤지컬의 배우들을 이번 완결편으로 떠나보내게 되었다는 게 많이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그동안 알게모르게 계속 쌓아왔던 정 때문이겠지. 그 이후 새로 출연한 저 두 배우를 주축으로 후배들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볼지 안 볼지 잘 모르겠다. 카이스트도 출연진이 미스터에서 이카루스로 바뀐 직후부턴 안 봤던 내가 아닌가. 2009년 06월 05일
주말에 끝내야 할 과제가 산더미같고, 다음주부터 2주간은 4학년 1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이기도 한데...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두시간 동안 한 건 포스팅 정리였네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런 잡다하고 시시콜콜한 일들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잘도 적어놨네 하고 생각하며 다 지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오늘 전부 지워버렸어요. 참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을 가지고 웃고, 울고, 화도 내고 투정부리고 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읽다 보니 왜이렇게 꿈 이야기, 체한 이야기, 병원 다닌 이야기가 많은지-_- 저도 모르는 사이 남아있었던 지난 날들의 또렷한 윤곽이 문득 무서웠어요. 전부 지워버렸으니 이제 또 기억이 한 움큼 줄어든 것도 같지만..., 딱히 오랫동안 기억해둬야 할 중요한 일은 없었으니까요. 음, 아마 없었을 거야. 블로그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어디에도 열려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만큼 뭔가 제 일부분을 내보이기도 쉽고, 또 지워지기도 쉬운 것 같아요. 저는 일기를 블로그에 쓰기도 하고 일기장에 적기도 하는데, 블로그에 남겨두었던 지난 날들의 추억은 클릭 한 번으로 지워지지만 일기장에 손으로 직접 남긴 옛날 일들은 도대체 어떻게 지워야 하죠? *** 요즘은 규현씨의 무게중심이 잡혀있는 낮은 목소리가 좋아서 노래를 매일 듣고 있어요. 의외로 슈퍼주니어가 부른 노래 중에 좋은 노래가 생각보다 꽤 있어서 조금 놀랐달까... 2009년 05월 27일
노무현의 딜레마 그리고, 지금 화두가 되어버린 다음 대통령 *** 월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을 다녀왔다. 뉴스에서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대한문으로 뛰쳐나간 친구를 보면서 잘 다녀와 하고 인사는 했지만 진짜 스스로 가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아는 동생들까지도 거기에 자원봉사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느새 나도 대한문으로 가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작년 한동안 지겹도록 본 전, 의경 차량을 발견하고 일단 한숨을 쉬고 한시간 반 가량 기다려 헌화를 하는데 옆에서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영상으로 틀고 있고 앞에 계신 아주머니는 손수건이 푹 젖도록 엉엉 울고 계시고.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구색을 갖춰야할 것 같아 졸업사진 찍을 때 입었던 세미 정장을 입고 갔지만 가보니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정작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굉장히 자유스러운 옷차림이었기에. 청바지, 슬리퍼, (옆에 계신 아저씨의) 비듬 하얗게 내려앉은 구겨진 양복 (...옆으로 살짝 피했지만), 그리고 교복. 문득 아 이 분은 그런 대통령이셨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이 분께는 이런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오는 게, 검정 일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장례식보다 더 어울린단 느낌이 있었다. 돌담길을 따라 죽 늘어선 줄에 합류하면서 그냥 내내 울지 말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원래 그런 장소란 담담하게 가도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슬퍼지게 마련이니까. 친구는 헌화하는 줄을 기다리다가 영정 사진을 보곤 눈물이 울컥해 혼났다고 하는데 똑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나는 이따 오후에 친구를 만나야 하고, 그러려면 얼굴의 화장이 번지면 곤란해 싶어서 하늘만 한참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분이셨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계셨는지, 어떤 정치를 하셨는지 말해보라면 자신이 없다.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아는 건 이 분이 언론을 적으로 돌리셨던 것과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고 털털한 인상을 지니셨다는 것,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사셨다는 것. 군역 비리가 없으며 뭔가 신기할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하셨고,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는 그런 행동을 보이셨다는 것. 다만 봉하마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편안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이렇게 계속 사시면 좋겠다고, 참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꼭 언젠가 봉하마을로 내려가서 한 번 뵙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헌화를 마친 후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도 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는 현재 정부가 '노무현 죽이기' 를 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나는 몇 번 조문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화제를 전환했다. 더 큰 돈을 해먹고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비일비재한데 어쩌면 600만 달러로 검찰에 소환되고 전국민적으로 망신을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순진한 사람인 것도 같다, 하고 이야기했을 때 친구는 정치인이 순진할 수가 있겠냐 하고 되물었다. 정말로 교활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들키도록 하지도 않았을걸, 하면서 꼭 내가 마치 전 대통령이라도 된 것마냥 항변하다가 어쩌면 내 생각이 편협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그만뒀다. 친구는 "부인이 받았던 걸 모를 수도 있을까?" 했는데...글쎄,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말하고 싶었다. 모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횡단보도 앞에 걸터앉아 있던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노무현이 죽어가지고..." 하며 뭔가를 짜증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불쌍한 대통령이 될 거라는, 어디선가 들었던 점쟁이의 말이 용케 맞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말은 맞으면서 이명박이 가장 임기가 짧은 대통령이 될 거란 말은 왜 맞지 않는 건지. 오늘 아침 조선일보를 봤는데 유서의 전문이라고 실린 글이, 여전히 편집되어 있는 유서의 일부분임을 보고 어쩐지 화가 났다. 그저 회한에 찬 것처럼 보이는 그 몇 줄의 윗부분에는, 사실 돈 비리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모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어쩐지 조문 갔을 때 사람들이 왜 자필로 베껴 적은 유서를 붙여놨나 싶었더니 그런 식으로 입맛에 맞게 편집되어 유서가 돌아다니고 있었나 보다. 듣기는 했는데 메이저 신문사에서 떡하니 1면에 그런 짓을 해놓은 걸 보니 참... 혼자 속상해져서 인터넷에서 찾은 유서의 전문을 찾았다. 그 때 조문갔을 때 유서를 미리 사진으로 찍어둘 걸 그랬지. 당분간은 이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리고 대통령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한결 편안해 보이시는 예전의 사진을 보며 어쩐지 속상해졌다. ![]() 2009년 04월 04일
추억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여러가지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있었어. 다른 친구들은 나보고 그렇게 친했었냐며, 뭘 굳이 그때 거기까지 따라갔냐고 했었는데...글쎄, 그래도 여러가지 기분이 들었던 거야. 꼭 빚을 진 것만 같았어. 지금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도 알았고, 웃으면서 남을 대할 줄 알게도 됐어. 그 전까지 나는 혼자인 때가 많았고 외로움을 잘 타던 어둡고 우울한 성격이었지. 벌써 그 때가 4년 전이었나.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갔구나. 그러니까 사실 미안했어. 내가 혼자 있을 때 너는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말을 잘 걸었었잖아. 외롭지 않게,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 그런데 사실 나는 네가 혼자 있는 걸 보면서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어. 항상 네가 먼저 보여주었던 마음만 받았지. 그 때나 지금이나 난 이기적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똑같이 외로웠고, 또 외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모르는 척 했어. 왜 그랬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도저히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내 자신의 너무나도 나쁜 일면을 보는 것만 같아서 좀 괴로워. 주는 것은 받지만 내 것은 내어놓으려 하지 않았던 정말 추악하고 이기적이었던 어린 시절을, 나는 언젠가 꼭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거야. 너무 염치가 없어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는 정말로 나빴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나 빈혈 가장 먼저 짚어준 사람이 너였잖아. 너 때문에 나는 치료 받을 수 있었고, 약도 먹고 있는데. 눈 아래를 뒤집어보면 빈혈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지. 네 말이 그대로 떠올라. 놀러갔던 적도 있었는데. 과일을 깎는 칼이 플라스틱 같아서 신기해하니까 그래보여도 굉장히 날카롭다고 말했었지. 내가 알고 있는 너는 굉장히 일부분일 것이고, 사실 다른 애들에 비하면 우린 친하다고 말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 외로움 면에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은 나 혼자였는지도 모르고. 나는 먼저 말을 걸기보다는 뒤로 물러서는 타입이었지. 왜 그렇게 못되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어. 그 때는 몰랐는데, 4년이 지나 지금은 알 것 같아. 이제서야 나이를 조금 먹나 봐.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어른이 되고 있는 거지. 내가 동경하는 스무살로만 머물러 있던 그 때의 모습은 사실 나로선 잘 알지 못해. 내가 봤던 건 아무래도 열아홉의 어느 때가 마지막이었으니까. 학교 찾아왔던 모습이 떠올라. 살이 많이 빠졌다- 하고 생각했었어. 그냥 그 때의 나는 한없이 너를 질투했었나 봐. 너는 항상 착했고, 나에게는 친절했고, 은근히 챙겨주는 것도 있었고, 어른스러웠고, 얄미울 만큼 예쁘다고도 생각했었거든(당시의 나는 아무래도 외모에 대한 비하가 심했으니까). 살이 빠진 것도 그랬어. 그래서 겉으로는 아닌 척 했어도 속으로 너무 부러워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그 이후 언젠가, 네 다이어리를 하나하나 읽은 적이 있어. 그 시절이 흐르고 내가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던 동안 어두운 말로 가득 찬 문장들을 보면서 기분이 참으로 무거워졌어. 그 일이 벌어진 후 거기까지 따라며 예의를 차린 데에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의 빚이 작용했던 건 아닐까. 그래도 나는 이만큼 하겠다는, 스스로의 허례허식. 진심으로 미안해지고 진심으로 보고 싶어지고 진심으로 다시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쌍방향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지금에서의 일이야. 매 해 몇 번씩 떠올리는 일이 잦아져. 나는 아직도 너와 나의 관계를 뭘로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학에서처럼 인사만 하는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쓸쓸하고 죄책감이 자꾸만 생겨나는 거야. 나는 네 증명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어. 이런 기분은 뭔가를 한 조각 나눠 받았다는 느낌같은 것인지도 모르지... 2009년 03월 24일
살아간다는 것,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리고 온갖 삶의 유기적인 모든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였어요. 그걸 이제서야 봤나 싶기도 했는데 그동안 시간도 마땅치 않았고 그랬으니까..;ㅁ;) 거꾸로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하도록 하더군요. 막연하게 젊어지면 그냥 좋겠구나 했었는데 그로 인해 짊어져야 했던 문제도 무척이나 많았고, 늙어가는 아내와 젊어지는 남편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볼 때마다 속이 울컥울컥 해서 친구랑 계속 울게 되데요. 벤자민과 데이지, 캐롤라인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 가슴아팠어요. 어린 데이지로 나왔던 엘르 패닝.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었군요. 아니 왠 인형이 말하네! 했더라니까요. 정말 저 아이 너무너무 예쁘다고 신기하다고 그랬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예쁘게 컸음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면서 빛이 만발하던 브래드 피트. 예전부터 제니퍼 애니스톤과 안젤리나 졸리때문에 이미지 별로 좀...그랬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브래드 피트는 정말 도저히 미워할 수 없을 만큼 멋있어요. 트로이 봤을 때도 남들이 전부 에릭 바나 멋지다고 할 때 저 혼자 브래드 피트가 그래도 잘생겼어...했었는데 이번에도 또;ㅁ; 특히 주름살 전부 사라진 젊은 시절의 브래드는 우와, 하는 소리밖에 안 나오네요. 케이트 블란쳇은 한때 (찾아보니 2년 전) 거식증 논란도 있었는데 오늘 보니 여신. 갈라드리엘은 역시 어디 가지 않는 건가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