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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17일
한국어판 번역으로는 모히칸족의 최후, 영화판으로는 (어째서인지) 라스트 모히칸이라 하더군요. 둘 다 어딘가 어정쩡한, 혹은 잘못된 번역입니다만 어쨌든 영화를 방금 봤어요. 판도라에 검색해 보니 있길래 어라랏, 하면서 바로 틀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이 오역/축약이 워낙 많아 자신할 수는 없지만 (원서를 샀습니다만 아직 제자리걸음 ㅠㅠ) 코라-안카스, 앨리스-헤이워드 소령으로 알고 있었던 러브라인이 달라졌더군요. 원서 안에 주제가 굉장히 많고, 영화는 그 중 로맨스를 가장 부각시켰다고 하는데 로맨스가 주 이야기라는 것엔 별로 이견이 없지만 (오히려 기쁘지만) 제목에 들어간 모히칸족이 어쩐지 들러리가 되어버린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뭐죠ㅠㅠ 본래라면 모히칸 족 최후의 전사였던 안카스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데 어째서...어째서...어째서... 찬송가 선생 데이빗 개멋은 사라진 거 같고, 정통 영국 신사였던 헤이워드 소령은 굉장히 비열한 인간으로 나오고...ㄱ-;; 저언혀 러브라인하곤 상관없었던 호크아이가 코라와 연결이 되어 당황했어요;; 어쩐지 많은 부분이 바뀌어버린 것 같아 그건 좀 그렇습니다마는, 영화 영상이 굉장히 멋지더군요. 풍경 하나하나가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부분이 많더라구요. 원작을 상당히 비틀어버린 영화고 검색해 봤을 때도 백인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평을 보긴 했습니다마는- 그래도 재밌긴 하네요. 음악도 어디선가 굉장히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 모히칸에 사용된 음악이었을 줄이야. 안카스의 죽음이 너무 징그러울 만큼 끔찍해서 그게 좀 마음에 걸립니다. 원래 징그럽다, 무섭다, 싶은 그런 느낌은 칼의 끼긱끼긱거리는 소음에서 가장 많이 느껴지는데 (공포 영화들도요.) 그 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괴롭더군요. 아, 코라 역을 맡은 매들린 스토우의 미모도 빛났지만,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절벽으로 뛰어내리기 전의 앨리스인 조디 메이. 비장한 장면이었지만 그거 보는 순간 전 앨프가 재림한 줄 알았어요ㅠㅠ 왜이렇게 예쁘죠? 2008년 08월 16일
색소 섞은 퍼런 물 쏟아져서 완전 식겁...ㅠㅠ 갈아입을 옷도, 우비도 없었기 때문에 물을 피해 도망쳤어요;; 겨우겨우 숨을 곳으로 들어가 뒤를 딱 돌아보는데 파란 물이 바로;; 아슬아슬했다는 ㅠ 살수 완전 일찍부터 하고...저는 내일 약속이 있어 일찍 들어왔는데 오늘 밤을 새는 친구들이 있어 걱정이네요. 다들 무사해야 할텐데... *** 연락왔어요. 무사하답니다. 그나저나 어제 발생한 무더기 연행은 어째요. 아 맞다. 어제 교보문고 가서 the last of the mohicans를 샀어요!! 그리고 알았습니다. 아 내가 읽고 좋아했던 책은 엄청난 오역본/축약본이었어...ㄱ-;;; 은근히 프랑스어가 많아서 곤혹스러워요. 난 프랑스말은 읽지도 못하는데! 영어와 일어 원서를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역시 외국어란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신비로워요. 능숙하게 줄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 외국서 잠깐 지냈을 때는 한국어책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어야 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으니까 차라리 조금 더 버티더라도 누군가 편하게 번역을 해 주면 그걸로 읽는 나쁜 습관이 생겨버렸어요. 이러면 외국어는 정말 안 느는데. 외국의 페이퍼백은 진짜 좋아요. 전 책 종이질이 나빠도 좋으니까 책값이 싸면 좋겠다는 성격이라서요. 해리포터는 우리나라에서 구입한 원서는 하드커버고, 거기서 산 책은 페이퍼백인데 책값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요. 그 이후에는 이제 인터넷 서점을 뒤져 페이퍼백이라 표기된 책을 골라 주문하게 되는 것 같다는;; (하드커버면 뭐해...ㄱ-;;; 제대로 읽질 못하는데;;) 2008년 08월 15일
고아라, 회손녀 사건? 사건으로 만든게 누구인가.
난 이제 고아라나, 고아라를 까고 있는 네티즌이나 다른 게 뭔지를 모르겠다. 그나마 나는 타과 학생이고 학번도 고학번 축에 끼니 사건이 터지고 학교 홈페이지와 커뮤니티가 테러당해 에러먹을 때까지는 사건을 몰랐는데 다른 학생들 (미대, 특히 서양화과) 같은 경우는 생면부지의 네티즌들에게 엄한 욕을 먹고 싸이를 닫거나 하는 일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미대 교수님들께는 이미 사건에 대한 메일이 몰라도 수 통에서 수십 통은 갔을 거고, 학교 측에도 항의전화가 계속 갔다고 했다. 군중심리에 묻혀 재밌는 장난거리라고, 가십거리라고 여전히 물고 할퀴고 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 학생으로서 자존심도 정말 많이 상했고 기분도 많이 나빴을 뿐더러 할지 안할지 모르는 수강신청 테러 이야기는 이제 짜증이 난다. 당신들은 장난이(겠)지만, 듣는 내 쪽이 더 이상 장난같지 않으면 이것도 엄연한 피해 아닌가. 커뮤니티에는 "디시 갤러리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요~학교가 이렇게 까이고 있어요~"하며 도발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오고, 경*대는 까야 제맛. 그 따위 학교 다니면서 부모님께 죄송하지도 않냐, 지잡대, 쓰레기 학교, 뭐 뺨을 때린 서울대생이나 뺨을 맞아준 연대생보다 지잡대 다니는 경대생이 잘못이다 따위의 말도 안 되는 농짓거리가 계속되니 성질난다. 잘난 학교 아닌 건 알아도 애정 가지고 잘 다니고 있는 학교다. 학교를 무시하고 까고 커뮤니티와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고 "여기가 그 과라가 다니는 경*대라는 곳인가요?" 어투의 도발성 글을 올려 애꿎은 일이만 학우한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가학적 심리 따위, 난 그거 이제 고아라보다 더 심하다고 본다. 싸움구경 재밌어서 놀러왔다는 사람들도 있고, 지켜보다 보니 안쓰러워서 대신 사과하겠다는 사람도 있다...-_-; 고3인데, 자기는 이런 학교 절대로 지원 안한다는 학생이 있길래 학교 학우중 하나가 그 아래 "이럴 시간에 영어 단어라도 한 자 더 외워라." 하고 충고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너는 영어 단어 한자라도 더 외워서 이학교에 왔냐?" 랜다... 올림픽 중국 관중 저리가라 할 매너에 미치겠다. 학교 정보 교류를 위해 존재했던 조용한 커뮤니티에 십분 간격으로 글이 올라오고, 새벽 세시까지 머무르며 장난/도발 글을 신고해 지우고 있다 보니 도대체 이 사람들이 그 학생보다 나은 게 뭔지를 모르겠다. 솔직히 이제 충분히 할 만큼 하지 않았나? 나도 그 여학생이 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사과글에 "진심으로 자신이 했던 일을 전부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 같다." 하고 충고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여학생 이미 충분히 갈기갈기 까발려져서 튕겨나왔다. 얘가 학교를 계속 다니더라도 얜 이제 제대로 된 학교 생활 못한다. 얼굴과 학과, 학번까지 전부 밝혀진 상태에서 누가 이 학생을 모르겠냐고. 사람들은 여기에 대놓고 퇴학을 요구하라고 하는데 이 여학생은 자기 잘못에 대해 충분히 당했고, 앞으로도 학교 다니면서 계속해서 죄과를 치러나가게 될 거라고 본다. 퇴학은 진짜 너무하지 않나. ...근데 이런 글을 올렸다간 또 학생 감싸기 시작한다고 욕먹을까봐 무서웠다. 다른 학생 하나도 비슷한 요지의 글을 썼다가 바로 디시에 퍼날라져서 욕을 먹던데, 감싸는 게 아니라 그 여학생이 충분히 잘못을 했고 당할만큼 당했으니 너무 큰 처벌보다는 이제 여기에서 그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도 감싼다 욕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그 여학생에 대해 또 잘못했으니 그 대가를 알아서 치러라 하고 써놓으면 같은 학생 주제에 감싸주지 않는다고 또 욕이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 게다가 그 여학생을 향해 싸이에 자살하라고 하는 사람들은 또 뭐냐. 나 진짜 얼굴 모른다고 이렇게 막장으로 달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처음 알았다. 안그래도 악성 댓글로 사람 하나 죽음으로 몰아간 적 있는 네티즌들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사람들의 잔혹성이 무섭다. 나는 이 여학생이 제발 왕기춘 선수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고 빌었으면 좋겠고, 아님 선수 측에서 이 여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서 일단락 지어줬음 좋겠다. (이 여학생 언사가 충분히 명예훼손감이긴 했으니까, 당사자들 간에서 해결을 한다면 해야지 이건 뭐...) 그리고 난 자기네들 놀던 사이트에서 까고 노는 걸로 모자라 아무 것도 모르던 학생들의 커뮤니티까지 찾아와 피해를 입힌 그 사람들 또한, 당연히 우리한테 사과해야 된다고 본다. 여학생이 사과를 해서 마무리짓건 선수에게 피해보상을 하건 그걸로 끝인 게 아니라 거기 있는 네티즌들도 엄한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혔으니 마찬가지로 미안하다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수강신청에 문제 생기면 이런 학교측에서 당연히 고소해야 할 일이고.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나, 이거. 지금 또 커뮤니티는 접속이 안된다...-_-나참. 2008년 08월 14일
양궁. 24년간의 금메달 기록 행진이 깨져버린 건 정말 너무 마음 아픈데...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개념없는 중국관중들. 아놔. 똑같은 행동하면 똑같은 수준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중국선수 활쏠 때 똑같이 떠들어주고 호루라기 불어줬으면 하는 마음은 솔직히.....들었다. 장쥐안쥐안은 다들 조용히하는 상황에서 활을 쏘고, 박성현 선수는 중국관중들의 개매너 속에서 활을 쏘는데 1점차로 분전해 준것만 해도 대단해. 다른나라 선수들도 중국관중의 더러운 매너때문에 완전 고생했다는데 (죽여라, 죽여라, 소리를 지르다니. 기가 막힌다. 난 이제 뭐 이런나라가 다 있나...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학교 사태만 봐도 한명이 전체를 물먹이듯, 중국도 그런 행동때문에 원래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정말 더러운 나라,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사실 그쪽은 한명이 전체 물흐린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더럽더라. 2008년 08월 13일
우리학교 학생 하나때문에 난리났네요...ㄱ-;;; 왕기춘 선수,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웠어요. 갈비뼈가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결승전에 진출, 은메달이라니. 저라면 절대 못했을 일이지요. 게다가 인터뷰 때 죄송하다는 말 했다는 이야기 듣고 울컥했습니다 ㅠ_- 아니 대체 뭐가 죄송해! 제발 선수들 가서 분전해 놓고 죄송하단 소리 하지 마세요. 자기가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마냥...게다가 은메달 동메달 따놓고 그 소리 하고 있으면 듣는 사람도 점차 화가 나기 시작한다는...ㅠㅠ 당당하게 말하세요, 열심히 했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여튼 이렇게 안쓰럽게 경기를 치른 왕기춘 선수를...누가 개념없이 욕했다고 하더군요 -_-; 별 생각없이 "아니 어떤 무개념이?!" 하고 글을 클릭해서 읽어봤더니......우리학교 학생이라네요-ㅁ-!!! 모르는 사이 학교 홈페이지가 완전 난리났더라구요. 근데 확실히 이 여학생 말 참 예의없이 했고, 분명 야단맞을 짓 하긴 했는데 뭐 집주소며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 신상 정보까지 죄 공개되어버린 거 보니까 그것도 좀 그렇긴 그렇네요. 지금 수강신청 기간에 학교 홈페이지 털겠다는 말도 있던데...아놔 제발 ㅠㅠ (안그래도 수강신청 시작하자마자 한두시간씩 바로 다운되는 서버인데-_-) 학교 교수님들께 죄 메일과 연락이 갔다느니, 여튼 알아보니 생각보다 사건이 크게 번져서 난리가 난 거 같아요. 학교 커뮤니티 들어가보니 학생들도 학교 망신이라 그러구요. 여튼 제가 봐도 그 여학생 진짜 잘못하긴 했고, 직접 만난다면 정말 야단 한 번 치고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학교 싸잡아서 쓰레기 소릴 듣고 있고 엄한 다른 학우들까지 피해보는 거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어요. 거북이랑 학교 홈페이지 계속 테러당한 것 같던데 이거 참...일단 아무래도 그 여학생이 먼저 정중하게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하겠죠. 언행이 신중하지 못했고 예민한 시기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 도발한 건 어떻든 이 학생 잘못이 맞아요. 그렇지만 이 여학생에게 대응하고 있는 네티즌들도 더 이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만 한 것만 해도 이 여학생 학교 생활 제대로 하기 힘들 거에요. 학교 측에서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용서한다고 쳐도 말이지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절대 밝히고 싶지 않을 온갖 일들마저 다 밝혀진 상태인데... 지금 학교 커뮤니티에도 이 일 관련 글이 장난 아니에요. 뭣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안타까운 투혼을 펼쳤던 선수를 응원한 다른 학우들이 입는 피해가 좀 크네요. 이제 슬슬 학자금 대출도 신청하면서 알아볼 시기고, 학교 시간표 짜서 신청할 시기고, 홈페이지 이용할 일 많은데 이렇게 불안불안해서야. 뭣보다 학교 욕도 장난이 아니구요. 사실 지금도 황당하네요, 이게 뭔 일이야. 아 쪽팔려..-ㅅ- +) 레슬링 동메달 박은철 선수가...저희학교 졸업생이었군요. 몰랐어요;;;; ++) 조정 국가대표 신영은 선수도 저희학교 학생이라고 합니다...ㅠㅠ! 진짜 몰랐어;; 가끔 학교에 조정대회 플랜카드 걸려있을 때마다 뭔가 했는데 허허헉;; +++) 학교 친구 셈냥은 이 이야길 듣더니 웃다 넘어갑니다. 사실 나도.....좀 웃기긴 해;; 2008년 08월 12일
2008년 07월 27일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끈질기게 날 괴롭혀왔던 우울증의 근원은 항상 같았다. 블로그의 긴 역사를 천천히 되짚어 걸어가고 있다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반년 전의 나를 만났다. 내가 아닌 나를 꿈꾼다. 2월 18일의 포스팅. 나는 언제나 같은 문제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우울해하며 슬퍼하다가, 또 어떻게든 어찌어찌 버텨나가는구나. *** [포스팅의 전문] 이번 한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갔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는 것 이외에, 그저 하루에 열시간 쯤 자고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보고 컴퓨터를 조금 하다가 다시 잠이 드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고,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간혹 그런 때가 있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 하루 종일 축 처져 우울해하고 있다가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나가서는 들뜬 것처럼 웃고 수다를 떨지만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쩐지 모래를 쥐고 있는 것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는 허탈한 기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은데 혼자 있는 시간 속의 나는 이상하게 우울하다. 나는 혼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때를 가장 좋아하지만 (혹은 따뜻한 침대 속에서 공상하고 있을 때)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 있어서는 안 될 부류의 사람인 것 같다. 24시간 내내 공상을 하고 있었고,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정작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요즘은 글 안 쓰냐는 엄마의 말에 안 쓴다고 대답했더니 엄마는 왜 진작 때려치지 않았냐고 하셨다. 나는 그러게, 하고 웃었다. 나는 아주 작은 말에도 상처 받거나 기뻐한다. 그리고 어쩔 때는 심한 말이나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 며칠이나 지났나 세어봤는데 보름 정도였다. 느낌상으로는 한 달 이상 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사무실 일을 조금 도왔던 것을 빼면 거의 집에서 놀고 있었으니 사실 방학 내내 게으름을 부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학의 초반까지는 분명 원고를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 소득 없이 놀고 있었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걸까, 이 시간동안 뭔가를 하나 한대도 뭔가를 할 수 있었을텐데 싶은데도 뭘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전전긍긍하다 하루가 지났다. 지금도, 오늘도 뭘 할 수 있을까를 하루 종일 생각했을 뿐 결국 한 거라고는 쇼 프로그램을 보며 의미없이 깔깔 웃다가 누워 뒹굴다가 동생에게 밥을 챙겨주고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포스팅이나 하고 있다. 아마 나는 내일(은 친구와 약속이 있지만)도 이럴 것 같고, 내일 모레도 이럴 것 같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재미 없다는 엄마의 입버릇이 내게로 옮겨왔다. 요즘 나이를 세어보다가 깜짝 놀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벌써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했던 일들을 해보지 않았다. 동시에 남들이 거의 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일에 마음을 두고 살아왔다. 돌아보면 나는 참 추억이 없다. 그래서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나 보다. 유달리 기억력이 나쁜 나로서는 남들이 다 기억하고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무척 짧다. 사실은 중학교 이전까지도 참 기억이 희미하다. 가끔 친구들이 "넌 이랬잖아." 하고 말하면 오히려 기억하지 못해서 "내가 그랬어?" 하고 되묻는다. 천천히 듣고 있으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한 발짝을 내딛으면 내가 지나온 두 발짝이 지워지는 것만 같다. 그나마 조금씩 기억이 분명해지고 있는 게 고등학교 후반부터다. 참 학창시절이 즐겁지 않았었기에, 나는 남들이 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때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지금이 더 낫다. 별로 즐겁지 않아서, 오래 가지고 싶은 추억이 없어서 나는 계속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조금 특별한,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이 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실제로 되고 싶냐고 한다면 또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오래 노출이 되면서 받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있을 테니 "하겠다."고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지루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내가 그렇게 긴 하루를 살고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루는 금방 지나간다. 스무살이 된 이후부터 인생은 빨리 흘러간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순식간에 이십대 중반이 되고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던가 아니면 혼자서 뭔가 일을 하며 평생을 살 거라 생각하면 난 참 미래가 불안하다. 나는 남들이 보기에 모범생같다고 말한다. 딱히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었고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나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교실의 귀퉁이를 차지하는 학생이었고 절대로 사고를 친 적이 없다. 되돌이켜 보니 신기하게 진짜 나는 사고를 친 일이 없다. 개인적인 문제로 마찰을 가진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은 생각해도 잊어버리고 싶은 불쾌한 기억이니까) 나중에 친구들과 깔깔대며 그땐 그랬지 할 만한 일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그런지 모범생으로 통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모범생같은 사람일수록 탈선을 꿈꾼다는 걸.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글을 읽을 때면 기분이 참 묘하다. 좋아하는 타입의 글이 아닌데, 종종 거슬리는 표현이 보여서 겉멋을 너무 부리는 글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묘하게 때때로 생각나 읽게 되는 글이다. 조금은 비틀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사람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그 표현을 빌리자면 '뜬금없이 암흑 속으로 떨어지는' 사람에 대해 다룬 이야기가 있다. 어느 기점을 가지고,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사람. 무감각한 궤도를 매일 걸어가고 있는 나도 그런 삶을 꿈꿨다. 유명인이 되는 좋은 방향으로의 망상도 있겠지만, 나도 때로는 케이트모스가 그랬다는 광란의 파티에 들어가고 싶었다. 기분이 축 쳐질 때는 꿈결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마약은 어떨까 싶었고, 냄새만 맡아도 기침하는 주제에 가장 가까이에서 합법적으로 손댈 수 있는 마약인 담배부터 시작해 볼까 싶기도 했다. 궤도를 이탈해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아버리면 그건 또 어떨까... (차마 포스팅으로 쓸 수 없는 수많은 탈선의 망상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가끔은 더 절실한 망상. 나는 안다. 나도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거라는 걸. 적당한 직장을 잡으면 취직해서 일을 할 거고,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 때론 싸우기도 할 거고, 애가 생기면 직장을 그만두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는 것처럼 애한테 내 남은 일생을 다 쏟아부어 교육을 시키게 되겠지.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남편이나 자식 이야기로 시간을 때울 것이고, 늙어버린 엄마를 보고 울기도 할 것이고 내 이십대는 이랬지, 하고 여전히 평범해서 너무 기억할 게 없던 이 시절을 추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이런 삶이 참 싫다. 2008년 07월 27일
안 좋은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던 촛불집회, 다녀왔습니다. 저는 일찍 돌아왔지만 현장에 아는 사람들이 있는 관계로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서 중계와 함께 밤을 새었네요. ...뭐 이것저것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으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뭐 이제 제게 있어 문제는 집회가 아닌거죠. 가슴 속에 답답하게 눈물이 뭉쳐있는 기분이에요. 어젠 차라리 그래서 확 울어버리고도 싶었는데. 한참동안 울고 나면 기분은 나아질까. 그렇지만 스스로도 아니까요, 감정 소모가 현실적 방안이 아니라는 거.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냐. 나는 지금 그중 하나라도 해결하고 싶어요. 눌려 있는 짐이 너무도 무거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