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is, too, shall pass away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이글루링크
다인의 편의점 이것저것
108^2 SPIRAL METAL CROSS 弦月樓 아르드제의 비망록 양을 쫓는 모험 No pains, No agains 나른한 오후의 단상 아스펠디아님의 이글루 최근 등록된 덧글
혹시나 싶어 방문해 봤는..
by 에아르웬 at 12/26 아...맞다 저 엘레이아.. by 엔샤 at 12/12 에- 저도 이제 고2니까 .. by 엔샤 at 12/12 아, 정말 오랜만에 뵈어.. by 에아르웬 at 11/27 오랜만이십니다. 프.... by 세츠다 at 11/27 아스펠디아님 // 두번째 .. by 에아르웬 at 11/21 그리 바빴던 것은 아닌데.. by 에아르웬 at 11/21 음...오랜만에 한번 들렷.. by 엘레이아 at 10/25 제친구들도....요즘 한.. by 엘레이아 at 08/26 빅팻캣 1권서부터 꾸준하.. by 에아르웬 at 08/23 라이프로그
skin by 이글루스 |
2009년 05월 27일
노무현의 딜레마 그리고, 지금 화두가 되어버린 다음 대통령 *** 월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을 다녀왔다. 뉴스에서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대한문으로 뛰쳐나간 친구를 보면서 잘 다녀와 하고 인사는 했지만 진짜 스스로 가게 될 줄은 몰랐었는데, 아는 동생들까지도 거기에 자원봉사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느새 나도 대한문으로 가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작년 한동안 지겹도록 본 전, 의경 차량을 발견하고 일단 한숨을 쉬고 한시간 반 가량 기다려 헌화를 하는데 옆에서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영상으로 틀고 있고 앞에 계신 아주머니는 손수건이 푹 젖도록 엉엉 울고 계시고.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구색을 갖춰야할 것 같아 졸업사진 찍을 때 입었던 세미 정장을 입고 갔지만 가보니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정작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굉장히 자유스러운 옷차림이었기에. 청바지, 슬리퍼, (옆에 계신 아저씨의) 비듬 하얗게 내려앉은 구겨진 양복 (...옆으로 살짝 피했지만), 그리고 교복. 문득 아 이 분은 그런 대통령이셨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이 분께는 이런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오는 게, 검정 일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장례식보다 더 어울린단 느낌이 있었다. 돌담길을 따라 죽 늘어선 줄에 합류하면서 그냥 내내 울지 말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원래 그런 장소란 담담하게 가도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슬퍼지게 마련이니까. 친구는 헌화하는 줄을 기다리다가 영정 사진을 보곤 눈물이 울컥해 혼났다고 하는데 똑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나는 이따 오후에 친구를 만나야 하고, 그러려면 얼굴의 화장이 번지면 곤란해 싶어서 하늘만 한참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분이셨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계셨는지, 어떤 정치를 하셨는지 말해보라면 자신이 없다.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아는 건 이 분이 언론을 적으로 돌리셨던 것과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고 털털한 인상을 지니셨다는 것,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사셨다는 것. 군역 비리가 없으며 뭔가 신기할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하셨고, 몇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는 그런 행동을 보이셨다는 것. 다만 봉하마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편안하게 지내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이렇게 계속 사시면 좋겠다고, 참 좋아 보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꼭 언젠가 봉하마을로 내려가서 한 번 뵙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헌화를 마친 후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도 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는 현재 정부가 '노무현 죽이기' 를 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고, 나는 몇 번 조문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화제를 전환했다. 더 큰 돈을 해먹고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비일비재한데 어쩌면 600만 달러로 검찰에 소환되고 전국민적으로 망신을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순진한 사람인 것도 같다, 하고 이야기했을 때 친구는 정치인이 순진할 수가 있겠냐 하고 되물었다. 정말로 교활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들키도록 하지도 않았을걸, 하면서 꼭 내가 마치 전 대통령이라도 된 것마냥 항변하다가 어쩌면 내 생각이 편협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그만뒀다. 친구는 "부인이 받았던 걸 모를 수도 있을까?" 했는데...글쎄,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말하고 싶었다. 모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횡단보도 앞에 걸터앉아 있던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노무현이 죽어가지고..." 하며 뭔가를 짜증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불쌍한 대통령이 될 거라는, 어디선가 들었던 점쟁이의 말이 용케 맞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말은 맞으면서 이명박이 가장 임기가 짧은 대통령이 될 거란 말은 왜 맞지 않는 건지. 오늘 아침 조선일보를 봤는데 유서의 전문이라고 실린 글이, 여전히 편집되어 있는 유서의 일부분임을 보고 어쩐지 화가 났다. 그저 회한에 찬 것처럼 보이는 그 몇 줄의 윗부분에는, 사실 돈 비리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모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어쩐지 조문 갔을 때 사람들이 왜 자필로 베껴 적은 유서를 붙여놨나 싶었더니 그런 식으로 입맛에 맞게 편집되어 유서가 돌아다니고 있었나 보다. 듣기는 했는데 메이저 신문사에서 떡하니 1면에 그런 짓을 해놓은 걸 보니 참... 혼자 속상해져서 인터넷에서 찾은 유서의 전문을 찾았다. 그 때 조문갔을 때 유서를 미리 사진으로 찍어둘 걸 그랬지. 당분간은 이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리고 대통령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한결 편안해 보이시는 예전의 사진을 보며 어쩐지 속상해졌다. ![]() |